그들은 겨울을 모른다
acid샌ㄷl살이 D+77
11월도 삼분의 일이나 지났는데 여긴 조금 더 건조하고 쌀쌀해졌을 뿐이다. 한국 가을날씨. 니트 입으면 조금 더운 정도다. 캘리포니아에서 한평생을 산 느낌은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본다. 평생 계절 변화가 별로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눈 오는 계절에 대비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모르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Q의 Take me where your heart is를 들었던 추웠던 한국의 어떤 겨울날을 생각한다. 눈에 발이 푹푹 빠지고 새로운 지하철역이 생긴 걸 기념하던 어느 하루를 생각한다. 차갑고 시린 공기에 후 하고 숨을 내쉬면 나오던 뿌연 입김이나 귀가 쨍하면서 아린 느낌. 여기에는 어느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주에서 온 사람들도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나 마찬가지 같다. 어떤 사람들은 겨울을 알고 겨울을 기억한다. 하지만 현재 여기서는 우리 모두 겨울을 모르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렇게 싫었던 계절인 겨울이 그리운 것은 아니다. 냉골 같이 차디찬 방 안에 들어가는 것이나 오들오들 떨면서 집으로 가는 슬픈 마음 같은 게 싫었던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그런 것들은 예쁜 코트나 목도리로 극복해 나갔다. 어쩌면 내가 싫어하는 만큼 나쁜 계절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여전히 싫지만 이제는 겨울이 밉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겨울은 당분간 없고, 나는 영영 무언가를 애매하게 기억하면서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모른다는 느낌을 나는 모르기 때문이다.
'aci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계속된다 (0) | 2025.02.07 |
---|---|
불탄 집과 떠오르는 욕망 (0) | 2024.12.18 |
오렌지의 마음 (0) | 2024.10.03 |
만남은 쉽1고~ 2별은 넘모 어려버 (0) | 2024.08.08 |
머리는 차갑게 (0) | 2024.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