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CITA

더 랍스터,

film

1. 불금을 보내고..! 친구와 히든 피겨스를 보았다. 사실 늦게 들어가서 앞부분을 놓치긴 했는데..! 아무튼 좋았다. 사운드트랙이 엄청 좋았다.

내가 생각한 것은 노예 12년에 근사한 것이었는데,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나가는 영화였다. 씨네리의 한줄평을 빌리자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외려 이 스토리르 풀어내기에는 적절한 방식이지 싶었다.


2. 오늘 새벽에는 더 랍스터를 보았다. 금요일에 사실 시간 빌 때 관1정 가서 보려고 했는데 대출 상태여서 못 보고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20분 간 보고 쫓겨나옴(관2정 왜 6시까지 밖에 안하지)


사랑이 뭔지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데이비드(콜린 파렐)은 아내에게 버려진 후 법에 따라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호텔에 보내진다. 45일 동안 생활하면서 파트너를 찾아야 하고, 파트너를 찾은 후에는 2주 같이 생활한 뒤, 2주 동안 요트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한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 있다. 짝을 찾지 못하면 자신이 처음에 골랐던 동물로 바뀌어 숲으로 보내진다. 숲에는 호텔에서 도망친 자들이 모여 사는데, 이들을 사냥하면 하루 씩 호텔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된다. 숲에 사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을 규정으로 삼는다. 만약 사랑을 하다가 걸리면 신체적 형벌이 뒤따른다. 호텔에 온 데이비드는 짝을 찾으려 노력하고, 자신도 냉혈한인 척 하여 냉혈한인 여성과 커플이 된다. 하지만, 이내 그게 거짓임이 발각되고, 데이비드는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서 데이비드는 자신처럼 근시인 여성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걸 발견한 대장은 여자의 눈을 멀게 한다. 결국 숲에서 여자와 도망친 데이비드는 도시에 도착해, 자신의 눈도 멀게 하려하지만, 주저하는 것을 보여주며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사랑을 반드시 해야하거나, 사랑을 반드시 해선 안되는 이분법적 세계 속에서, 개인은 자신과 꼭 닮은 특성을 가진 또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한다. 호텔 속 인물들은 사회과학을 전공했다거나, 코피를 자주 흘린다거나, 냉혈한이라거나. 이런 공통점을 발견해야만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그런 특징이 없다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공통점을 만들어낸다. 그런 상황에서 도망친 데이비드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는 듯 싶지만, 그 역시 자신과 똑같이 '근시'라는 점에서 사랑에 빠진다. 이후 여자가 시력을 잃자, 데이비드는 '독일어를 할 줄 아느냐', '베리를 좋아하느냐' 등의 물음으로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근시였다는 점 이외에는 공통점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도시로 도망친 데이비드는 사랑할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의 눈까지 멀게 할 수 는 없다는 심리적인 갈등을 드러내며 영화는 마친다.


<혼자를 기르는 법>의 김정연 작가는 이 영화에 대해, "누구나 아는 시스템을 가장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일들에 대해 모른 척하지 않아서 좋아한다"고 평했다. 이 영화를 보고, 공통적인 특질이 없어도 서로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이루어지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현실의 사랑은 대부분 그렇게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사랑과 연애, 결혼 등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일어난다고 믿기는 하지만, 사실 호텔과 숲 같은 환경은 우리의 현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사랑 역시 구조적으로 일어나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양식도 겉보기에는 제각각일 지 몰라도 사실은 엇비슷하게 정해져 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이 영화를 '초현실주의적'이라고 평가하는 관점에 대해 비판한다. 자신은 현실에서의 모습을 극대화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오랫동안 전해오는 신화인 '운명적 사랑', '진정한 사랑'은 사실 현대 사회에서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그 신화는 여전히 현대의 사랑이 보여주는 단면들에 곳곳이 결정화되어 남아있다는 걸 깨닫게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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