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1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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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연이 참 신기하다. 이걸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수업시간에도 (수능완성임..^^..) 포수를 비정함, 폭력성... 등으로 해석하기도 했는데, 정작 문제에서는 그렇게 해석 안하고, 포수를 화자로 해석했다. 이게 더 그럴듯하고, 더 주제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포수가 순수를 겨냥했지만 그런 포수의 기대를 좌절시키고 '매양' 쏘게 되는 것은 그냥 죽은 새라는 점에서.
이것저것 생각하게 된다. 포수가 화자를, 넓게는 예술을 하는 사람을 대변한다면, 자연과 생명에서 순수를 포착하고 그걸 최대한 자기 작품 안으로 끌고 와야만 하는 것이 바로 '순수를 겨냥' 하는 것이니까. 음 예술가에게는 아마 영원한 과제가 아닐까. speaking of which, 같은 순수, 이상.. 등등 이 주제의 다른 시들과 비교해보면, 서정주처럼 막 향단아 오오 밀어올려다오 이런 거 안해서 좋다.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뭐 화자가 드러난 건 아니지만, 화자든 시인이든, 순수에 대한 동경(을 넘어선 부러움)이 이렇게 잘 느껴지다니 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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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에 복습 겸 (이라기에는 시가 너무 좋다)
야호이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