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실존주의를 믿기로 하자!
1. 오늘 자습 시간을 생투 복습에 불태우고 난 뒤 아주 오랜만에 기분좋게 쓰는 일기이다.
2. 광합성과 호흡 파트에서 버퍼링이 걸렸는데 반복하다 보니 + 유기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하고 + 스스로 설명도 해보고
하면서 뭔가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뿌듯했지만, 조금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순한지 깨달아버리는 순간이 온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인간의 생을 비유할 때 자연을 끌어다 쓰고는 한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먹어주고 산소를 뱉어주고~'로 이어지는 자연에 대한 예찬이나 '자연 섭리를 인간도 따라야 한다'는 논지에 자주 쓰이는데, 나는 무식한 학생이기 때문에 이런 비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생명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합성을 할 때 빛 에너지가 사용되는 것은 결국 전자가 고에너지를 띠게 하기 위해서이다. 전자전달계를 통해 전자의 흐름을 만들고, 전기 에너지로 의해 수소 이온이 틸라코이드 내부로 펌핑되고, 그래서 화학적 삼투로 인해 ATP 합성효소를 통해 촉진 확산되면서 ATP가 생성되는 게 광합성(명반응)의 전체적인 과정이다. 그게 다다. 우리가 숭배해 마지 않는 '태양'이라는 것은 그것일 뿐이다. 거기에는 어떤 영적인 힘도 없고, 다만 수소 이온의 농도 기울기를 만들기 위해서일 뿐이다. 가치 판단을 떠나서, 그냥 그게 다라는 것은 솔직히 충격적인 점이었다.
'우리는 산소 없이 살 수 없다'는 명제에 대한 나의 가치 판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유산소 호흡에서 산소 분자(오투)는 결국 TCA회로 다 돌고 전자전달계를 다 돈 전자가 최종적으로 수용되는 곳이다. 광합성에서 발생되는 산소도 처음에 들어간 물이 수소 이온을 명반응하느라 뜯기고 나서 남은 거다. 말하자면 산업폐기물인 셈이다. 이때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의미 부여를 해온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생명을 비롯해서 마구 사고를 확장해버리면, 결국 이 세계는 얼마나 무심(노우 thought)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3. 사실 이 얘기하려던 거 아니고.. 학원 갔다 오다가 걸어오면서 1학년 때 배운 실존주의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1학년 때는 정의론을 가장 좋아했고 2학년 때 연구 주제로 잡았다가 스스로 썰어버린 뒤에 흥미를 잃었고, 이제 점점 기억이 흐릿해져서 이황이이 밖에 생각이 안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갑자기 키르케고르에 대해서 생각해버렸다. 키르케고르는 유신론적 실존주의를 제창하였다. 그는 '신 앞에 선 단독자'라는 term을 제시했는데, 대충
"인간은 자기만의 고유한 경험, 유일성과 독립성, 자유와 책임 등의 개별성을 지니고 있으며 무기력과 좌절, 죄와 불안 속에서 자신을 경험한다. 따라서 불안과 죽음의 문제를 극복하고 신과 마주 섬으로써만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참된 실존을 회복할 수 있다."
는 거다. 일단 1학년 때 나는 유신론이다, 라고 읽고 무시하고 난 뒤에 무신론적 실존주의의 사르트르로 넘어갔다.
하지만 내가 왜 이걸 놓쳤는지, 오늘 같이 슬픈 일이 있었던 날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없구나! 현대사회와 같이 가변적이고, 급변하는 이 세계 속에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항상 고민해왔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인격적인 신이 있다고 믿지 않고, 있어도 아마 내가 영원히 모를 것 같지만, 스피노자가 주장한 '신 즉 자연' 사상처럼, 신은 인간의 형상을 한 것도 아니고, 인격을 지닌 존재가 만물에 퍼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진리'로서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오늘은 조금 실마리를 얻은 기분이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거대하고 엄청난 세계 속에서 '진리'라는 '신'과 마주 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인간이 뭐냐!는 물음에 이렇게 명확히 대답한 자 있었던가.. 왜 나는 무시했는가...
4. 그리고 나는 공부하러 간다..! 강민성25강 ㄱㄱ!!
5. 구라다! 공부하러 가기 전에.. 이태민 개짱이다!!!!!!!!!!!! 워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