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id

151122

acidplutonium 2015. 11. 22. 01:09

지극히 속된 기도


황인숙


거리마다 교회당이 있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내가 가본 교회당들의 거리들. 

거리들의 교회당들. 

그 안에는 촛불들이 너울거렸다. 

기도하는 눈꺼풀처럼. 

달싹이는 입술처럼. 


누군가 불붙여놓은 촛불 앞에서 

재빨리 기도한 적이 있다. 

그 기도는 지극히 속된 것이었다. 

근사한 시를 쓰게 해달라는 것, 

약간의 돈이 생기게 해달라는 것, 

또, 나를 용서해달라는 것. 


교회당 안은 조심스럽고 과묵한 

그리고 눈어둡고 귀어두운 노인처럼 

귀기울였다. 


내가 가본 온 거리의 교회당들. 

내 가슴속 거리의 창고에, 

울릴까 말까 망설이는, 

울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종들을 쟁여놓은 그 교회당들. 


나는 기도했었다. 

무구한 빗소리를 품고 있는 회색 구름 아래서 

알록 양산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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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세계는 항상 본 것 같으면서 처음 보는 곳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시험이 끝나면 더 랍스터랑, 아마데우스랑, 등등 보고 고스리가 되어야겠다는 쉬운 생각을 쉽게 한다.

어서 자고 공부해야지